A대학교 컴퓨터공학과 3학년 임창균. 그에 대한 동기들의 평판은 이러했다. 음… 그런 사람이 있었어요?, 아, 그 형. 그냥 조용해요, 창균이요? 얼굴은 잘생겼는데 애가 친해지기가 좀 어려워 보인달까…, 차라리 창균 오빠가 나아요. 꼰대짓 안 하고 완전 조용하잖아. 그렇다. 임창균은 아싸였다. 물론 자발적인 아웃 사이더 말이다. 딱히 남들 눈에 띄는 것을 ...
“히야, 역시 우리 채실장님 사건 처리 하나는 빠르셔. 벌써 귀국이라니.” “삼촌, 통감자랑 오징어 중에 뭐 드실래요.” “나는 무조건 오징어여.” 그럼 통감자는 내꺼. 창균이 방금 전 휴게소에서 들고 온 통감자를 입안에 넣는다. 삼촌, 여기요. 입안을 꽉 매운 통감자를 오물오물 씹으며 운전대를 잡고 있는 필영이 삼촌의 입에 친히 오징어 다리를 넣어준다. ...
*자극적·폭력적인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방학이 끝나니 어느덧 더위가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 일교차가 체감 될 정도로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심해지자 몇몇 아이들은 춘추복 혼용기간에 맞춰 일찍이 춘추복을 꺼내 입었다. 그중 하나가 채형원이었다. 그는 종종 교복 셔츠 안에 받쳐입던 검정색 목티와 함께 니트조끼를 입은 채 나타났다. 수업도 안 듣는 놈이 교...
*폭력적인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할 무렵, 제 자신을 깨우는 부드러운 손길에 임창균은 느릿느릿 눈을 떴다. 너 잘 자더라. 침도 흘리고. 고개를 두어번 정도 가볍게 저어대고는 별안간 쓰읍- 소리를 내며 창밖을 확인하는 임창균이 꽤나 우스웠다. 안내 방송에서는 곧 동해역에 도착한다는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창균은 대충 노트북을 정...
어느덧 여름 방학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모두가 들뜬 마음으로 여름 방학 계획에 대해 떠들어대느라 학교가 꽤나 소란스러웠다. 그 무렵 문예창작과 1학년 임창균 군은 우연히 복도를 지나가다 게시판에서 무언가를 본 이후로는 틈만 나면 그 앞에 가서 시간을 빼앗기곤 했다. 게시판 앞에 서 있는 창균의 표정은 상당히 복잡해 보였다. 어느 순간 진지해 보이다가도, ...
지칠 줄 모르는 더위는 날이 갈수록 거세졌고, 여름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더웠던 여름날 중 하루였던 그 날, 제일예고 예술제가 시작됐다. 오전부터 오후까지는 체육대회 및 축제 부스 운영, 해가 슬금슬금 지려고 할 무렵 본격적인 예술제가 진행된다. 이렇게 더운 날 체육대회라니. 아마 학교 선생들은 학생들이 메말라 죽어 버리기를 원하는 게 아닐까… 대충 구색을...
*폭력적인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피가 묻어있는 손을 대충 흐르는 물에 닦아냈다. 이미 어느 정도 굳어버린 탓인지, 잘 지워지지가 않았다. 조금 더 힘을 주어 벅벅 문질렀다. 빨갛게 부어오른 손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제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던 창균의 모습이 떠올랐다. 형원은 물에 젖은 손길로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긴다. 제 앞에 놓인 거울에 비친 자...
*폭력적인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 있다. 그러나 그 기억이 다시는 꾸고 싶지 않은 악몽과도 같은 기억이라면, 이제는 나름 희미해지려던 기억이 저 깊은 바닷속에서부터 형원의 발목을 잡고 끌어 내렸다. 채형원은 형에 관한 기억이라면 한없이 유약해지는 사람이었다. 앳되어 보이는 어린 날의 형원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
훌쩍. 형원이 코를 들이킨다. 연기를 내뱉을 때마다 목이 따끔거렸다. 코가 꽉 막혀 주변을 에워싼 담배 냄새를 맡을 수도 없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온 몸이 뻐근했다. 그러니까, 평소와는 다른 뻐근함이었다. 머리가 굉장히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아, 아.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어젯밤 이불이 닿기만 해도 맞은 부위들이 아파왔기에 내팽개친 게 화근이...
*폭력적인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서운 불길이 주위를 둘러쌌다. 두려움과 함께 찾아온 새까만 연기가 집 안을 집어 삼켰다. 지옥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숨을 쉴 때마다 폐가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숨 쉬는 것을 포기했다. 그냥 죽어버려. 불바다가 되기 직전 들었던 마지막 목소리였다. 지지리 운도 없지, 하필이면 마지막으로 듣게 된 게 죽어...
「그건 피할 수 없어. 그냥 일어나는 거야.」 「뭐가 일어나?」 「어른이 되면, 심장은 죽어.」 「누가 신경이나 쓴대?」 「내가.」 바야흐로 폭염이 내리쬐고 쉴 새 없이 매미가 울어대는 어느 여름날이었다. 아마, 그때가 중학교 3학년 때 쯤이었을 거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임창균은 대충 점심을 때우고, 제일 먼저 시청각실로 향했다. 시청각실에는 옛날 영화...
‘영화 제작 동아리’ 창균은 내심 무언가가 가슴께를 훑고 지나가는 듯한 간지러움을 느꼈다. 그 옛날 골동품점에서 발견한 재고 떨이 영화 dvd를 처음 재생 해 봤을 때처럼 말이다. 아마 그 영화의 이름이 ‘빛바랜 클로버’였나. 이제는 나름 기억이 가물가물해졌지만 첫 영화라는 명목하에 제목은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해내려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기억을 해낼 수 ...
@hw_ck__ https://peing.net/ko/roong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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